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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의 능력 (발견, 신념, 산책)

비타라움 vitaraum 2026. 7. 29. 15:45

목차


    놀라움의 능력

     

    저는 오랫동안 '상상력'이 성공의 열쇠라고 믿었습니다. 원하는 미래를 머릿속으로 선명하게 그리면 결국 현실도 바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상상해도 행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움직인 순간들은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 즉 '놀라움'이 찾아왔을 때였습니다.

    상상하는 것과 진짜로 놀라는 것은 전혀 다른 뇌의 작용이었고, 저는 그 둘을 수십 년 동안 혼동하고 있었습니다.



    발견과 신념: '새롭다'와 '놀랍다'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놀라움과 신기함은 같은 감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이 두 가지를 구분해보려 했을 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알았습니다. 신기하다는 건 뇌의 해마(hippocampus)가 일화 기억(episodic memory)을 확장하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일화 기억이란, 특정 사건과 맥락이 결합되어 저장되는 기억의 형태로, 용량이 사실상 무한합니다.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 이 기억은 무한대로 쌓이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기존 신념 체계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반면 놀라움은 완전히 다릅니다. 제가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뒤에 풍선을 달고 달리는 차는 신기하지만, 태양이 서쪽에서 뜨는 장면을 상상하면 그건 신기함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생물학적 상식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감각입니다. 그게 진짜 놀라움입니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하냐면, 놀라움만이 신념 체계(belief system)를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념 체계란 한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총합으로, 순교자가 목숨보다 신념을 더 중요하게 여길 만큼 뇌에 깊이 박혀 있는 구조입니다. 이것을 바꾸는 건 설득이나 반복 학습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오직 놀라움만이 그 문을 엽니다.

    지금 시대가 발명보다 발견이 더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애플은 터치스크린도, 스마트폰 운영체제도, 사실 직접 발명한 기술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이미 세상 어딘가에 흩어져 있던 발명품들을 발견하고, 연결하고, 재구성했습니다. 이 발견의 능력, 즉 세상을 보고 놀라는 능력이 없었다면 아이폰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관점에서 보면, 놀라움은 기존 인지 도식(schema)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연결을 강제로 만들어내는 신경학적 사건입니다. 여기서 인지 도식이란 뇌가 세상을 분류하고 예측하는 데 쓰는 틀로, 이것이 깨지는 순간에 진짜 창의적 사고가 시작됩니다.

    제가 상상력을 믿었던 시절에는 '나는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그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방식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만, 제 경험상 그것만으로는 뭔가 빠져 있었습니다. 행동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놀라움이 없으면 신념이 흔들리지 않고, 신념이 흔들리지 않으면 행동의 방향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 신기함: 일화 기억을 하나 추가하는 과정. 기존 신념은 그대로 유지됨
    • 놀라움: 기존의 모든 지식을 뒤집는 인지적 충격. 신념 체계 자체가 흔들림
    • 발견: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놀라움의 눈으로 연결하는 능력. 지금 시대의 핵심 역량
    • 이집트에 바다가 있는지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음. 사막-피라미드라는 지식이 '바다'를 그림자 속에 숨겨버린 것

    출처: Nature Neuroscience — 놀라움과 예측 오류가 기억 강화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뇌는 예측과 실제 결과의 차이가 클수록 더 강력하게 기억을 재편합니다. 이것이 바로 놀라움이 단순한 감정 반응이 아닌, 학습과 발견의 신경학적 엔진인 이유입니다.

    요약: '신기함'은 지식을 한 개 더하지만, '놀라움'은 기존 신념 체계 전체를 흔든다. 발견의 시대에 필요한 건 놀라울 수 있는 능력이다.

     

    산책이 창의성의 방법론인 이유

    일반적으로 창의성을 키우려면 책을 읽거나 새로운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습니다. 저도 한동안은 앉아서 집중하는 것이 가장 생산적인 방법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앉아서 억지로 짜낸 생각은 이미 제가 알던 것들의 재조합에 불과했습니다. 그 틀을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산책이 다른 이유는 뇌를 자유 상태(default mode)로 놓는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란 아무것도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회로망으로, 창의적 연결과 자기 성찰을 담당합니다. 칸트가 평생 산책 시간을 철저히 지킨 것은 단순한 건강 습관이 아니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그의 DMN이 가장 활발하게 작동했을 것입니다.

    저도 반신반의하며 직접 해봤는데, 산책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는 책상 앞에서 나온 것과 질감이 다릅니다. 책상에서 나온 생각은 논리적이지만 예측 가능하고, 걷다가 나온 생각은 조금 뜬금없지만 연결이 새롭습니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손가락과 눈동자, 입술에 집중된 신경 밀도가 다른 신체 부위보다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 세 부위가 자유롭게 움직일 때, 즉 손으로 낙서하고 눈을 두리번거리며 걸을 때, 뇌는 의외의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출처: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 걷기와 창의적 사고의 관계 연구에 따르면, 걷는 동안 발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 즉 하나의 문제에서 여러 답을 찾아내는 능력이 앉아 있을 때보다 평균 81% 향상됩니다. 발산적 사고란 정해진 답을 향해 좁혀가는 수렴적 사고와 달리, 가능성을 사방으로 열어두는 사고방식입니다. 저는 이 수치를 보고 제가 왜 그동안 앉아서만 생각하려 했는지 반성했습니다.

    놀라움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방법도 비슷한 원리로 작동합니다.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는 것, 시선을 랜덤하게 움직이며 두리번거리는 것, 손을 자유롭게 풀어 낙서하는 것. 이 세 가지는 모두 뇌의 전제 조건을 해제하는 행위입니다. 뇌가 특정 목표를 추적하지 않을 때, 비로소 예상치 못한 것과 마주칠 수 있습니다. 그 마주침이 놀라움이 됩니다.

    제가 실수했던 부분은 '상상하는 힘'을 키우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며 앉아서 미래의 나를 시각화하는 데 집중했던 것입니다. 그게 전혀 의미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행동이 잘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몸을 움직이고, 익숙한 경로를 벗어나고, 예상 못 한 것에 잠깐 멈춰 서는 순간들이 쌓이면서 제 생각의 방향이 실제로 달라졌습니다. 놀라움은 의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조건을 열어두는 것으로 만드는 감각입니다.

    요약: 산책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창의적 연결을 만드는 가장 오래된 방법론이며, 놀라움은 목적 없이 몸을 열어둘 때 찾아온다.

     

    자주 묻는 질문

    Q. 놀라움과 신기함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A. 신기함은 기존 지식에 하나를 더 추가하는 느낌이고, 놀라움은 내가 알던 것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입니다. 제 경험상 놀란 뒤에는 '이럴 수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고, 한동안 그 사건이 머릿속을 맴돌게 됩니다. 신기한 것은 금방 잊히지만 놀라운 것은 몇 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습니다.

     

    Q. 나이가 들수록 놀라움을 느끼기 어려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요?

    A.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새로운 자극에 둔감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건 불가역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질문을 뒤집어보면, 나이가 들어도 계속 놀라워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발견이 나옵니다. 산책과 낙서, 두리번거리기처럼 뇌의 전제 조건을 해제하는 습관을 유지하면 의도적으로 놀라움의 빈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Q. 상상력 훈련과 놀라움 훈련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상상력 훈련은 내가 원하는 미래를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으로, 동기부여와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됩니다. 반면 놀라움 훈련은 지금 내가 가진 신념 체계 자체를 점검하고 흔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제가 경험해보니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뭔가 빠진 느낌이 납니다. 상상이 방향이라면, 놀라움은 그 방향을 바꿀 용기를 주는 원료입니다.

     

    Q. 산책할 시간이 없는데 다른 방법은 없나요?

    A. 10분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시간의 길이보다 '목적 없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쓰며 이리저리 시선을 움직이거나, 점심을 먹고 5분만 정처 없이 걷는 것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자극합니다. 제가 직접 해본 것 중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익숙한 경로를 한 블록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낯섦이 뇌를 깨웁니다.

     

    결론

    저는 오랫동안 상상하는 힘이 곧 해내는 힘이라고 믿었습니다. 그 믿음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지만, 뭔가 핵심이 빠져 있었습니다. 지금 제가 생각하는 그 빠진 조각은 바로 놀라움입니다. 상상은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놀라움은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정마 맞는지 묻게 만듭니다. 어쩌면 사람을 바꾸는 것은 더 많이 상상하는 능력이 아니라, 익숙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발견의 시대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작이 거대한 혁신이 아니라, 매일의 산책과 낙서, 그리고 익숙한 것 앞에서 잠깐 멈추는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라움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마주하려는 작은 선택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참고: https://youtu.be/S2PqE1RcpFU?si=I3OPvAWnLLmzka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