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회사에서 상사와 면담을 하던 중, 업무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꺼낸 이야기였습니다. 그동안 제 의견을 잘 들어주셨고, 저 역시 회사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습니다. “그게 고객의 문제인지, 당신의 문제인지 한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야기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문제의 원인일 수도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사가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는 말이었습니다. 내가 상황을 잘못 보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날 이후 제 판단을 계속 돌아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일 이후부터 회의에서 예전처럼 쉽게 말할 수..
남의 말 한마디에 하루가 통째로 무너진 경험, 저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별 뜻 없이 던진 말인데 집에 와서도 계속 곱씹게 되는 그 느낌 말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닌데, 경쟁이 일상인 현실에서 그 말이 얼마나 공중에 뜬 조언인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 글은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혀보려고 쓴 글입니다.자존감이 흔들리는 진짜 이유 — 두 영역을 구분하지 못해서입니다자존감(self-esteem)이란 단어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 막상 "그게 정확히 뭐냐"라고 물으면 선뜻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여기서 자존감이란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주관적·감정적 자기평가를 말합니다. 단순히 "나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confidence)과는 결이 다릅니다. 자신감은 ..
불안한 순간일수록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았습니다. 발표 전날 밤새 자료를 고치고, 문제가 터지면 무조건 먼저 반응했습니다. 그런데 뇌과학 연구들을 접하면서 그 믿음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불안할수록 먼저 멈춰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멈춤이 단순한 소극성이 아니라 뇌의 작동 원리에 근거한 전략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멈춤의 기술 — 편도체가 켜지면 판단력이 꺼진다일반적으로 빠른 반응이 유능함의 증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불안한 상태에서 가장 빠르게 내린 결정이 가장 자주 후회할 결정이었습니다.이유가 있습니다. 뇌과학에서 말하는 편도체(amygdala)는 생존과 관련된 위협 신호를 감지하는 뇌 부위입니다. 여기서 편도체란 측두엽 안쪽에 ..